"미래는 융합인재 시대… STEAM·SW 교육이 핵심"

[인터뷰]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우리는 이제 인터넷,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SF영화에서나 보던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드론(drone) 같은 첨단 과학기술이 이미 우리 삶을 바꾸고 있죠. 과학기술은 이제 우리 삶과 사고방식, 문화를 바꾸는 틀로 자리 잡았습니다. 앞으로는 몇몇 학자가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과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창의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해요. 대중을 위한 과학교육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지난 2011년 STEAM 교육, 2014년 소프트웨어(이하 SW) 교육이 공교육 현장에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교육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2018학년도부터는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통합교육도 시행될 예정이다. 모두 정부가 추진하는 '융합형 창의교육'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과생의 수학 학습 비중이 커졌다'거나 '시험 과목만 하나 늘었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이와 관련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지난 4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미 미국 등 많은 나라가 과학기술 발달로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고자 교육과정 개편에 나서고 있다"며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도입된 STEAM·SW 교육이 대학 입시 논리에 파묻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교육 변화 틀 속에서 입시제도를 바꿔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현재 많은 미래학자가 "25년 내 지금 직업의 절반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뇌과학·로봇공학 연구자들 역시 "머잖아 인공지능이 인간 뇌를 뛰어넘고, 로봇이 인간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김 이사장이 STEAM·SW 교육을 중시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는 "기계화된 미래 사회에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창의적 역량'"이라며 "청소년기에 창의성, 문제 해결력 등을 키워주는 STEAM·SW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W 중심 사회 이미 진입… 과학기술 모르면 소외될 것"

지난해 7월 정부가 소프트웨어(이하 SW) 교육 강화 방침을 내놓자, “지금도 아이가 컴퓨터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SW교육이 강화되면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지 않겠느냐”는 학부모 반발이 거셌다. “왜 모든 학생이 SW나 코딩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왔다. 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세계는 이미 SW가 혁신과 성장, 가치 창출의 중심이 되고, 개인·기업·국가의 경쟁력이 SW에 좌우되는 ‘SW 중심 사회’로 진입했다”며 “미국, 영국 등 세계 주요국이 이미 다양한 형태로 SW 조기교육을 실시하는 상황에 비춰보면 오히려 우리나라는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 등과 협력해 SW 교육을 이끄는 기관의 하나다. 전국 160개 SW 교육 선도학교를 운영하며, SW 교육 교재 개발, 교사 연수 등을 지원한다. “SW 교육은 인터넷이나 한글·엑셀 같은 프로그램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도, C언어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암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래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팅 시스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는 것이에요. 이런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인간의 생각과 컴퓨터 능력을 통합한 사고력)에 기반해 효율적이고 절차적으로 사고한다면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과학창의재단은 페임랩코리아(사진 위), 3D 프린팅 교육(사진 가운데), 메이커 포럼(사진 아래) 등 다양한 과학 대중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SW 교육 선도학교에서는 컴퓨팅 사고력 신장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scratch)’ 등을 활용해 직접 원하는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만들고 조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김 이사장은 SW 교육이 ‘게임 중독’ 같은 청소년 문제의 해결책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SW 교육은 시스템을 조작하고 제어하는 원리를 알고, 그 활용 능력을 키우게 하는 교육”이라며 “올바른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면, 게임하던 아이가 게임을 만드는 아이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SW 교육이나 STEAM 교육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추진하는 ‘과학 대중화 사업’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기술 발표 경연대회인 ‘페임랩 코리아’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과학 대중화를 위해 여러모로 노력 중이다. 3D 프린팅 교육 등으로 ‘메이커(maker) 문화’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메이커 문화’란 사람들이 컴퓨터로 도면을 그리고, 3D 프린터 등 디지털 제작 장비를 활용해 직접 제품을 만들어 쓰는 문화를 말한다.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조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김 이사장은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앞으로 과학기술을 모르는 사람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뛰어난 학자를 키우는 영재교육도 중요하지만, 과학자와 대중의 긴밀한 소통으로 과학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많은 사람이 창의적 활동에 참여하도록 과학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오는 2017년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며 앞으로도 메이커 문화 활성화, SW 교육 등을 통해 창 조경제 실현기반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미래 세대를 위해 과학·수학 및 창의 교육을 혁신해 나갈 것”이라며 “학교 내 SW·STEAM 교육 안착과 활성화를 통해 디지털 창조경제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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